(안산=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지난 8일 오후 2시께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이동 행정복지센터에 모자를 눌러쓴 한 중년 여성이 찾아와 직원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안산 익명 기부자가 놓고 간 10만원짜리 수표 100장 [안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표 뭉치를 보고 깜짝 놀라 "이것이 무슨 돈이냐"고 묻는 직원에게 이 여성은 "힘든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동장님과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자녀들의 학비를 비롯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기부는 익명으로 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행정복지센터를 떠났다.
안산시는 기부금 1천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접수한 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이 여성과 같은 익명 기부자가 예년과 비교해 많이 늘었다"며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웃이 많다 보니 함께 힘을 내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그런 것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안산시청에 직접 접수된 기부금은 53건 2억7천만원이다. 이 중 15건 740만원이 익명으로 기부된 금액이다.
기부 물품도 102건 4억3천여만원어치가 접수됐는데 15건 420여만원어치가 역시 익명이었다.
기부금이나 기부 물품 규모는 이번과 같이 1천만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5만원, 10만원, 방역 마스크 50개 등 소규모였다.
지난 3월 말 한 남성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좋은 곳에 써달라"며 시청 직원에게 현금 50만원과 마스크 10개를 전달한 뒤 돌아가기도 했다.
안양시에도 이달 초 마스크 350개가 들어있는 택배 상자가 배달됐다.
상자 안에는 "많지 않은 양이지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 달라"는 내용의 짧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안양시 관계자는 "익명 기부자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이 같은 익명의 물품 기부 사례가 5∼6건 있었다"고 말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기를 전해준 익명의 기부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기부자가 건넨 따뜻한 마음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웃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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