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분석 1]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s 포르투나 뒤셀도르프 > 보험 Q&A

뒤셀도르프의 철저하게 준비된 수비전술, 그러나 빈약했던 공격력

제아무리 도르트문트의 수비진이 허약하다 한들, 

산초-로이스-아자르가 구성하는 도르트문트 공격진의 파괴력은 굉장히 위협적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뒤셀도르프의 푼켈 감독은 어차피 강팀들도 두둘겨 맞고 가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원정이니, (실제로 후반기 뮌헨 1:0 패배까지 홈 무패)

비겨도 최소 쌤이 나온다고 판단하고, 다음과 같은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뒤셀도르프에서 가장 믿을만한 스트라이커인 헤닝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는 전체적으로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집중하여,

도르트문트의 지공 상황에서 숫적 우위를 점해 쉽사리 기회를 내주지 않는 것.

그리고 볼 탈취 시, 헤닝스를 필두로 한 빠른 역습으로 도르트문트에게 철퇴를 꽂는 것이 뒤셀도르프 전술의 컨셉이였습니다.

위의 그림을 봅시다.

오로지 헤닝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전원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가 수비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양 사이드에 위치한 토미와 짐머는 측면에 위치한 도르트문트의 윙백 게헤이루와 하키미를 상대하고,

모랄레스-베이커는 비첼-브란트 2미들을 압박하며,

중앙에서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격에 관여하는 로이스는 보드첵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여 위험을 덜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팀 내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헤닝스도 필요 시에 내려와 수비가담을 해주니,

중앙에서 5:5로 머릿수가 맞춰지거나 상황에 따라선 6:5로 밀리니,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상당히 까다로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전방으로 공의 전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산초-토르강을 앞세운 도르트문트의 최전방이 고립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도르트문트 최고의 드리블러인 산초가 직접 내려와 답답했던 전개에 관여하기 시작하죠.

그러나 기본적으로 숫자 싸움에서 밀리다보니 제아무리 드리블이 좋은 산초가 내려온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압박을 받고 백패스를 강요받았죠.

그러다보니 최전방에는 스트라이커 롤을 수행하지 못하는 토르강 아자르 혼자 남는 기형적인 포메이션으로 바뀌었고,

결국 시작부터 점유율은 높지만 전방으로 공이 전혀가지 못하며 뒷키타카만 하는 좋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푼켈의 수비전술은 효과적으로 도르트문트의 공격력을 억제하는 듯 하였으나,

한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공격력의 부재였죠.

축구 많이 보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공격력 약화는 사실 4-1-4-1 포메이션이 지닌 고질적 딜레마입니다.

이 경기에서 뒤셀도르프는 4-1-4-1 포메이션 사용 시, 금기시되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아니 할 수 밖에 없었죠.

바로 수비라인을 낮추는 것이였습니다. 

혹자는 또 묻겠죠.

"원래 도르트문트 같은 강팀 원정에선 수비라인을 낮추는 것이 정상 아닌가요?" 라구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강팀 원정에서 라인을 올리는 행위는 어찌보면 자살행위와 다름없죠.

그러나 무작정 수비라인을 낮춰서 강팀 원정에서 결과를 낼 수 있진 않습니다.

더군다나 포메이션이 4-1-4-1이라면요.

그림을 보도록 합시다.

뒤셀도르프는 역습시, 양 사이드에 위치한 에릭 토미와 잔 짐머가 올라오고,

중원에서 3미들을 구성하는 모랄레스가 공격에 가담하여 4톱을 구성하였습니다.

강팀vs강팀 경기 중 높은 위치에서 순간적으로 저런 상황이 나왔다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였을테죠.

그러나 저 4명을 공격가담 시키는게 이날 뒤셀도르프 전술의 시작이자 끝이였습니다.

뒤셀도르프는 이번 경기에서 단 2번의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처참하였습니다.

후방에서 공이 전개되더라도 시작점이 낮았기에 상대방 진영으로 침투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습니다.

저 4명이 공격을 할 때, 뒤셀도르프의 풀백들은 막 올라오기 시작하거나,

혹은 아예 공격가담을 안하고 후방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 사이에 도르트문트의 수비진은 이미 진형을 갖추는 것은 물론, 

전진해있던 도르트문트 선수들도 수비가담하러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도르트문트의 수비가담하러 오는 선수들과의 머릿수 싸움에서 크게 차이가 나게 되고,

뒤셀도르프의 공격은 그대로 무력화 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뒤셀도르프가 가진 문제점은 후반전에는 급기야 실점 빌미가 되어버립니다.

후반 57분, 어렵게 기회를 잡은 뒤셀도르프가 역습을 하는 장면입니다.

뒤셀도르프의 측면 풀백인 25번 짐머만은 센터백인 호프만이 공을 잡았을 때, 

이미 깊숙히 침투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짐머만은 상대적으로 낮게 위치해 있다가 호프만이 공을 몰고 앞으로 전진하자,

그제서야 다급히 올라가는데 이미 전진하는 시간에 산초는 호프만이 짐머만으로 갈 수 있는 패스길을 차단하였고,

호프만은 결국 무리하게 헤닝스에게 찔러주다 공수전환의 빌미가 되어 그대로 실점하였죠.

4-1-4-1 포메이션이 가진 최대 장점은 공수전환이 대단히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함으로서 중원 및 수비숫자를 늘려 볼 탈취를 할 수 있고,

중원에서의 전개로 빠르게 역습으로 넘어갈 수 있거든요.

맨시티,바르셀로나 같은 강팀들이 4-1-4-1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라인을 올려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해 공수전환과 점유율을 가져가고,

공격수 및 풀백들이 상대방 진영으로 침투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거든요. (높은 수비라인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뒤셀도르프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도르트문트의 공격력을 의식한 나머지,

수비라인을 낮추는 선택을 감행하였고, 

이는 자연스럽게 뒤셀도르프의 역습 속도를 저하시키는 악영향을 끼칩니다.

설령 라인을 낮춰도 대단히 발이 빠른 선수들이 있다면 상황은 조금이나마 나아졌겠지만,

뒤셀도르프에는 그러한 선수들이 없었습니다. 

갓동 파브르의 전술 1-센터백 전진 

파브르는 띵장답게 자신의 팀이 뒤셀도르프의 수비를 뚫어내기 어려워한다는 점,

그러나 뒤셀도르프의 라인은 전체적으로 낮다는 점을 빠르게 알아차립니다.

파브르는 자가두와 피슈첵을 과감하게 올려 미드필더처럼 기용을 합니다.

어차피 상대의 라인은 낮고, 헤닝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수비에 가담하고 있으니까요.

혼자 전방에서 혼자 고립된 헤닝스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자가두와 피슈첵은 빌드업의 롤을 시켜 중원에 더 힘을 실어주려는 파브르의 판단이였습니다.

설령 뒤셀도르프가 역습찬스를 잡더라도, 후방에 남아있는 아칸지가 헤닝스를 수비하면 되고,

자가두와 피슈첵은 내려와서 빈 공간을 커버해주면 되는 끝나는 문제였습니다.

자가두와 피슈첵이 이 경기에서 보여준 히트맵 입니다.

이 둘은 하프라인을 넘나들면서 빌드업에 크게 관여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도르트문트 지공의 숨통을 트게 해줬죠.

이 둘의 전진 이후로 도르트문트의 경기력은 달라졌고,

아예 뒤셀도르프를 일방적으로 가패하기 시작합니다.

무려 73:27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해버렸습니다.

든든한 수비수 두명이 올라와서 직접 빌드업을 해주자,

브란트와 비첼은 아예 공격에 가담하여 침투하기 시작하며 찬스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특히 브란트의 활약이 대단했는데,

엄청난 유연함과 개인기 능력을 바탕으로 볼을 훌륭하게 지켜내고 전개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전방으로 침투하고 산초-로이스-토르강과 스위칭 해가며 뒤셀도르프의 수비진을 흔들죠.

특히 친한 사이인 산초와 보여준 호흡은 정말 예술이였습니다.

갓동 파브르의 전술 2-공간창출 및 끊임없는 스위칭

텐백으로 내려앉은 상대의 수비진을 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촘촘하게 구성된 텐백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고,

파브르 또한 지속적인 스위칭과 공간을 창출해 수비진을 깨부수려고 했습니다.

산초-로이스-아자르 3톱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서 상대 4백의 수비간격을 제한하고,

그로 인해 생긴 측면의 공간에 전진성이 좋은 게헤이루와 하키미를 전진시키며 찬스를 많이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비첼과 브란트가 적극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를 넘나들고 침투하고,

로이스가 좌우로 넓게 움직이면서 측면에도 숫적우위를 점할 수 있었죠.

그로 인해 사리볼이나 펩의 맨시티가 선호하는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측면으로 침투시켜 상대편 선수들을 끌어내고,

그렇게 창출한 반대편 공간을 향해 빠른 좌우전환으로 전개시켜 찬스를 만들어내는 전술을 이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파브르는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스위칭을 요구했습니다.

덕분에 산초-로이스-아자르는 경기 내내 위치가 항상 달랐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뒤셀도르프 선수들은 계속 수비위치를 잡는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러한 상황은 도르트문트의 3번째 골에서 볼 수 있었죠.

위의 그림은 도르트문트의 3번째 골 장면입니다.

측면에 위치한 산초가 로이스에게 패스하며 중앙으로 꺾어들어가고,

중앙에 위치한 로이스는 자신의 장점 중 하나인 빠른 가속력과 스피드로 열려있는 측면으로 들어갑니다.

순간저긍로 호프만과 짐머만의 시선은 공을 잡고 열린 측면으로 들어가는 로이스에게 쏠리게 되고,

찰나의 순간에 수비 간격이 벌어지게 되며 공간이 나왔고,

그 공간으로 로이스가 산초에게 패스를 주며 산초가 그대로 3번째 골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개인적으로 스위치 플레이의 정석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튼 이러한 전술로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5:0 완승을 거뒀고,

반등하는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공은 파브르로 하여금 3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고,

이러한 기조는 시즌 종료까지 쭉 이어지게 됩니다.

결론

결론을 뭐라 내려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길만한 경기를 했고, 당연히 이겨줘야하는 경기이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4-1-4-1의 약점을 이용하여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시도도 좋았고,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실력차가 확연히 나는 경기였습니다.

분석하려고 경기를 처음 볼때도, 움짤을 만들때도 항상 느꼈지만,

푼켈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선수들의 수비실력 및 개인기량이 현저하게 떨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등권 팀을 상대로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도르트문트의 수비진과,

그 파더보른을 상대로 졸전을 펼친 기적의 전술가 파브르의 존재를 감안하였을 때, 

3백 전환은 당연한 선택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는 파브르 체재의 도르트문트가 체재 전환 이후 처음으로 거둔 대승리였으며,

파브르로 하여금 3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19/20 도르트문트의 전환점이 아니였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