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난 누군가를 계속 ‘대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그 행동 자체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요. 그냥 새끼를 데려와서 키우고, 아이 손 잡고 박물관 가고, 드라마 보면서 그 속 인물들을 생각하고… 근데 어느 순간부턴 이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한줄 요약: 누군가를 대리고 가는 것은 단순한 동반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해 상대의 운명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신성한 행위입니다.
강아지를 대리고 온 그 날, 정말 많이 후회했어요
20대 후반, 난 파피옹을 분양받았습니다.
예뻐서, 사랑스러워서 대려왔는데… 아로하는 치와와로 오인받을 만큼 작고 앙증맞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대려와보니 이 똑똑한 녀석이 얼마나 힘든지 그걸 몰랐어요. 소리에 민감하고, 환경 변화에도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사회화 훈련이 정말 힘들었죠. (나만 이렇게 힘들었나 싶고)
미쳤다 진짜.
생각보다 파피옹의 지적수준이 높다는걸 느낀 순간, 키우기가 더 어렵다는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더 많이 공부했습니다. 나에게 강아지가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강아지를 이해하고 맞춰줘야하더라구요. 저를 저보다 더 잘 알게 된 게, 내가 키우는 반려견이라는 사실. 정말 우스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게 제일 중요한 거였어요.
5년이 흘렀습니다. 성체가 되기까지 과정에서 아로하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갔는데, 처음엔 사람을 보고 엄청 짖었어요. 눈을 맞추는 타겟팅 훈련을 하면서 그렇게 함께 4계절을 보냈고, 열심히 공부하고 행동했습니다. 지갑으로 나은(?) 하늘에서 내려온 어린 요정으로 생각해야 했거든요. 생각보다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순발력이 장난 아니었어요.
파리 필하모니에 아이를 대리고 갔을 때 느낀 것
파리의 19구, 생 마르탕 운하 근처에는 라 빌레트라는 거대한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1987년 프랑소와 미테랑 정권 때 도축장 부지를 공원·공연장·박물관 등의 문화공간으로 재조성한 곳이에요.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하고 2015년 들어간 파리 필하모니 건물은 기하학적인 외형이 돋보이는데, 로비는 정말 서울의 대형 호텔 입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에 아이를 데려갔을 때, 난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부모가 이런 곳에서 콘서트를 보여주고 박물관에 대리고 오는 것이 누구에게나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 부모 덕에서 그런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것에 무한히 감사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밀려왔습니다. 그것이 ‘누군가를 대리고 간다’는 행위의 진짜 의미라는 걸 느꼈어요. 책임이면서도 축복이고, 의무이면서도 기쁨이며, 단순한 동반이 아닌 그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는 행위라는 뜻이었거든요.
전망대 Belvedère는 4월부터 10월까지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후에만 개방된다고 해요.
멋진 신세계가 말하는 시간 초월의 의미
요즘 S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멋진 신세계를 보셨나요?
이 작품은 지난 21세기 대군부인이라는 드라마와 연결되어 있어요. 2026년 5월 26일, 21세기 대군부인의 폐기 청원이 4일 만에 동의율 100%를 돌파했거든요. 고증 논란 때문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멋진 신세계 여주는 감독에게 고증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호통을 쳤습니다. 근데 이 드라마들은 모두 사전 제작이에요.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우연이 3번 겹치면 뭐다?) 타이밍이 딱 맞는다?
당신네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니까…
멋진 신세계는 역사 고증을 제대로 지키면서 평행우주론과 ‘해원(解冤)’ 성약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말이에요. 인현왕후는 생전에 복위되고 사후로도 연민받지만, 장희빈은 사후로도 악녀로 기록된 채 복위될 길 없습니다. 드라마는 이 차이를 계속 묻고 있어요. 누군가를 ‘대리고’ 가서 그 인물의 운명을 바꾸는 것, 그게 구원이 아닐까요?
반려인으로 산다는 건, 누군가를 계속 대리고 가는 것
그래서 난 알게 됐어요.
5년의 누적된 경험 속에서, 난 매일 아로하를 어딘가로 대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병원도 가고, 산책로도 나가고, 때론 버스도 함께 탑니다. 아이도 박물관으로 대려가고, 콘서트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도 내 머릿속에서 계속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다닙니다. 모두 ‘대리고’라는 행동입니다. 아로하는 내 비밀을 다 알고 있답니다. 말을 못해서 다행입니다만, 그 녀석은 내가 힘들 때 다가오고, 내가 슬플 때 함께 있어줍니다.
반려인으로 살아가는 건, 정말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구요.
자주 묻는 질문
파피옹 분양하려고 하는데, 정말 힘든가요?
네, 솔직히 말하면 예쁜 외모만 보고 분양했다간 후회할 수도 있어요. 파피옹은 지능이 높아서 더 많은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그 과정이 당신을 정말 성장시킨다는 건 확실합니다.
파리 필하모니 전망대는 언제 열려 있어요?
Belvedère는 4월부터 10월까지, 수요일부터 일요일의 오후 시간대만 개방됩니다. 날씨와 계절 때문에 이렇게 제한되어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세요.
멋진 신세계는 꼭 봐야 하나요?
이 글을 읽으셨다면, 드라마 속 ‘대리고’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할 거예요. 그렇다면 꼭 봐보시길 추천합니다. 평행우주론과 해원의 의미가 얼마나 깊은지 느낄 테니까요.
그래서 난 오늘도 누군가를 대리고 간다. 아로하의 손을 잡고, 때론 아이의 손을 잡고, 또 때론 내 마음속 어딘가로. 그게 뭐든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