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직장 선배가 자기 번아웃이 왔대고 했다. 근데 들어보니 맨날 술은 잘 마시고 주말엔 영화도 본다며? 뭔가 이상했다. 내가 알기론 번아웃이면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지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박서희 정신과의사 영상을 찾아봤다.
한줄 요약: 박서희정신과가 정의하는 번아웃은 피로가 아닌 탈진·냉소·효능감 상실 3가지가 모두 있는 상태입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면 전문가 도움이 가장 빠른 회복의 길입니다.
다들 번아웃이라고 하는데, 진짜 번아웃은 뭐길래
영상을 보니까 박서희 원장이 정확히 짚어줬다. 다들 조금만 피곤해도 나 번아웃 온 거 아니야 싶을 때 있잖아. 근데 이게 스트레스인지 우울증인지 경계가 애매하다는 거. (진짜 그 느낌이었다)
번아웃은 그냥 피곤한 거랑 다르다. 1980년대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매슬랙이 정의한 기준에 따르면, 번아웃은 세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해야 한다. 탈진, 냉소, 효능감 상실. 이 세 가지가 모두 있어야 진짜 번아웃인거고, 하나나 둘만 있으면 그냥 지친 거다.
예시로 보면, 일이 힘들어도 뿌듯하면 가짜 번아웃이고 (여전히 뭔가 의미를 찾고 있단 뜻), 그냥 밥벌이로만 여기면서 아무것도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진짜다. 뭔가… 마음이 완전히 닫혀 있는 상태 말이다.
더 무서운 건 단계가 있다는 거.
설레는 열정기 → 연봉·연차만 보이는 침체기 → 짜증 늘어나는 좌절기 → 화낼 힘도 없는 무관심기. 이렇게 4단계를 거친다고. 그래서 “결국 핵심은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알아차리는 거다”라는 박서희 원장의 말이 와 닿았다. 다 힘들다고 뭉뚱그리지 말고 정확히 뭐가 힘한지부터 짚어야 한다는 거.
주 60시간 이상 일하면 뇌가 정말 변한다
이건 좀 충격적이었다. 주 60시간을 넘게 일하면 우울증 확률이 4배 넘게 높아진다고 한다. (진짜루?) 뇌 영상으로도 증명된다고 박서희 원장이 설명했다. 편도체(불안을 담당하는 부분)는 과로할 때 과활성화되고, 전전두엽(이성적 판단 담당)의 기능은 떨어진다고.
그 말은 아주 오래 일하면 우리 뇌가 점점 불안해지면서 동시에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한다는 뜻이다. 악순환이지.
박서희정신과에서 말하는 핵심은 이거였다. “반복·누적이 문제다”. 한 번의 과로는 상관없지만, 계속 반복되면 뇌가 거기에 적응해버린다는 거. 처음엔 몸에 신호가 오지만 나중엔 신호조차 느낄 수 없게 된다.
공황장애, 주식 중독도 같은 뇌 구조
박서희정신과의원은 부산광역시 연제구 월드컵대로 124, 9층 901호에 위치하고 있는데, 박서희 원장이 유튜브 채널 ‘박서희 정신과의사’에서 얘기하는 내용들을 보니까 번아웃이랑 다른 정신건강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더라. 공황장애도, 주식 중독도 결국 같은 메커니즘이라는 거.
투자로 손실을 본 사람의 심리적 통증이 전치 4주 수준의 신체 통증과 동등하다는 연구가 있다. 뇌가 칼에 찔리거나 불에 데는 것과 같은 통증을 느낀다는 뜻이다. 근데 문제는 “손실이 스트레스가 되고, 생활이 궁핍해지면 다시 주식을 찾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거다.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다.
도파민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다고 했다. 올랐으면 올랐대로, 떨어졌으면 떨어진 대로 미래를 알 수 없는 일에 대한 긴장감 자체가 뇌에 엄청난 자극을 준다는 거. 스트레스가 스트레스를 부르는 악순환. 생활이 불안정한 상태일수록 통제감을 원하고,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에 깊이 빠지게 된다.
혼자선 정말 못 빠져나온다
박서희 원장이 강조한 부분이 이거였다.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의 길일 수 있다. 이 구조는 혼자 빠져나오기 어렵다.”
맞다. 번아웃이 오면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왜냐면 마지막 단계(무관심기)에 가면 화낼 힘도 없어지니까. 자신이 지금 문제 상황에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없는 거다. 4-7-8 호흡법(4초 들이마시고 7초 멈춘 뒤 8초 내쉬는 호흡)처럼 응급 처치는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회복은 어렵다.
“안 되는 건 과감히 대충 하고,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최선을 다한다”는 박서희 원장의 말이 있었는데,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뜻이다. 자책하지 않기, 의미를 글로 적어보기, 셀프 보상하기, 자기 객관화 기록 같은 거들. 근데 이것도 결국 자신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 알아차려야” 가능한 거다.
자주 묻는 질문
박서희정신과에서 말하는 번아웃 자가진단은?
탈진(일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피로)·냉소(일에 대한 냉담함)·효능감 상실(자신의 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회의감)이 3가지 모두 있는지 확인하세요. 3가지가 다 있으면 번아웃, 1-2개만 있으면 스트레스 상태입니다.
번아웃 회복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개인차가 크지만 박서희 원장은 “반복·누적이 문제”라고 했으므로 쌓인 피로가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1개월~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으며 전문 치료가 도움됩니다.
박서희정신과 같은 병원 가야 하나요?
번아웃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합니다. 특히 공황장애나 우울증 증상까지 동반되면 약물치료·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이 회복 속도를 높입니다.
암튼 생각보다 번아웃이 심각한 거였다. 근데 이제라도 안다는 게 다행이다. 다음엔 주변에 번아웃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한테 “진짜 그 3가지 다 있어?”라고 물어봐야겠다.ㅋㅋ